1. ‘채색’이 바뀌고 있다 – AI와 웹툰 제작의 진짜 전환점
웹툰은 과거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만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기술은 ‘잘 그리는 것’을 자동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특히 AI 채색툴의 등장은 웹툰 제작 환경을 구조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웹툰에서 채색은 단순한 색칠 작업이 아니다. 분위기 전달, 장면 몰입도, 캐릭터 감정선 표현까지 좌우하는 핵심 공정이다.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고, 신인 작가나 1인 창작자에게는 물리적 부담이 크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AI 채색툴이다. 지금은 Midjourney, NovelAI, 그리고 플랫폼 자체 시스템까지 다양한 툴이 실전에 투입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툴별 특성과 장단점을 실제 사용 기반으로 비교하고, 어떤 작가에게 어떤 툴이 적합한지 구체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2. 실제 사용 사례: AI가 만든 웹툰이 독자 앞에 서다
AI 채색툴은 이제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웹툰 제작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다음은 대표적인 세 가지 사례로, 각 툴이 어떤 방식으로 창작 과정에 개입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1)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AI콘티 및 채색 시스템
카카오엔터는 자체 개발한 AI 콘티 자동 생성 도구를 2023년부터 일부 작가에게 시범 제공해 왔다. 이 시스템은 텍스트 기반의 대사를 입력하면, 적절한 컷 수, 인물 배치, 카메라 앵글을 자동으로 추천해 준다.
여기에 더해, 배경 채색과 채도 조절 기능까지 포함된 AI 채색 보조 기능도 테스트 중이다. 이를 통해 기존 10시간 이상 걸리던 콘티와 채색 작업이 약 2~3시간 이내로 단축되며, 작가들의 실제 작업 피로도 감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툴은 특히 장기 연재 작가들에게 유용하며, 일부는 아예 콘티 전체를 AI로 설계한 뒤, 채색 보정만 수작업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작업 중이다.
2) Midjourney 기반의 실험적 웹툰: '볼드 프롬프트'
독립 작가 ‘디스트림’(가명)은 Midjourney를 기반으로 한 실험적 단편 웹툰 〈볼드 프롬프트〉를 SNS를 통해 공개했다. 이 작품은 AI가 생성한 이미지 위에 스토리텔링을 입힌 형식으로, “AI가 만든 예술은 진짜 예술인가?”라는 물음을 메타적으로 다루며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작가는 단순히 이미지 생성에 그치지 않고, 장면별 프롬프트 설계, 배경 조정, 콘트라스트 조절 등 여러 보정 작업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이 작품은 공유 수 1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AI와 인간의 공동 창작 가능성”을 현실화한 대표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3) LINE Digital Frontier의 AI작화 보정 시스템
일본의 대표 웹툰 플랫폼인 LINE Manga를 운영하는 LINE Digital Frontier는, 자사 스튜디오에 AI 채색 및 선화 보정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 툴은 특히 ‘거친 스케치’를 정제된 스타일로 자동 변환해 주는 기능에 강점을 가진다. 작가가 콘티 단계에서 그린 러프한 드로잉을 AI가 인식해, 각 인물과 배경의 스타일을 일정하게 통일시켜 주는 방식이다.
또한 자동 채색 기능은 기존 스타일을 학습하여, 웹툰 전편의 색감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시스템은 현재 일부 스튜디오 작가에게 제공되고 있으며, 정식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3. 자체 시스템 – 플랫폼 연동형 AI툴, 왜 실무 작가들이 선호하는가?
카카오엔터와 LINE Digital Frontier는 AI 콘티 및 채색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일부 작가에게 실제로 적용하고 있다. 플랫폼 주도의 자동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흐름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도구’ 이상의 기능을 하며, 웹툰 제작 흐름 전반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돕는다.
주요 특징
- 프로세스 최적화 중심
콘티 설계, 배경 생성, 색감 조정 등의 기초 작업을 자동화해 작가의 부담을 줄인다. - 연재형 구조에 적합
컷 구성, 분량 계산, 스타일 유지 등 주간 연재 환경에서 반복되는 요소에 강점을 가진다. - 작가 스타일 학습 및 반복 적용
기존 채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사한 장면의 채색을 자동화할 수 있어, 전체적인 퀄리티와 일관성이 유지된다.
단점
- 개성 희석의 가능성
동일한 툴을 사용하는 작가 간에 유사한 그림체가 발생할 수 있다. 창작자만의 색깔이 흐려질 우려가 있다. - 툴 의존도 증가
해당 플랫폼에서 벗어나거나 툴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동일한 효율을 재현하기 어렵다.
자체 시스템은 실무형 연재 작가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만, 개인 창작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자유도가 낮을 수 있다. 툴은 효율을 주지만, 잘못된 선택은 개성을 잃게 만든다.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면 되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
4. 종합 비교 – ‘기능 중심’보다 ‘창작 목적 중심’으로 선택하라
AI 채색툴은 단순한 성능 비교보다, 작가가 처한 작업 환경이나 표현하고자 하는 스타일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아래는 실제 창작 상황에 맞춘 툴 추천 가이드다.
1) 감성 일러스트 기반 단편을 그리는 작가
잔잔한 분위기, 감성적인 채색, 예술성 있는 장면 구성을 추구한다면 Midjourney가 적합하다.
빛과 색의 조화를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한 컷의 이미지로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극대화하기 좋다.
다만, 이미지 간 연결성은 약하기 때문에 단편 중심의 실험적인 작품에 더 어울린다.
2) 캐릭터 중심 장르물(연애·학원물 등)을 만드는 작가
NovelAI는 캐릭터 위주의 스토리를 시각화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
동일한 얼굴 비율과 감정 표현을 반복적으로 재현하는 능력이 높아, 회차마다 동일한 인물을 꾸준히 유지해야 하는 장르에 유리하다.
애니메이션풍의 표현이 강해 연령대가 어린 독자층을 타깃으로 하는 작품과도 잘 맞는다.
3) 빠른 작업 속도가 요구되는 주간 연재 작가
플랫폼 전용 연재나 정해진 데드라인에 맞춰 작업해야 하는 경우, 카카오나 라인의 자체 시스템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컷 구성, 채색, 배경 자동화 등 반복적인 공정을 줄여주며, 플랫폼 업로드 형식에 맞춰진 출력이 가능하다.
창작보다는 ‘생산’에 가까운 작업이 많은 실무 작가에게 유리하다.
4) 콘셉트 실험이나 SNS용 단편 콘텐츠 제작
다양한 분위기의 장면을 빠르게 테스트하고 싶다면 Midjourney와 ControlNet 조합을 추천한다.
한 장면 안에서 색감, 구도, 조명의 변화를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고, 완성도 높은 컷을 단시간에 만들 수 있다.
특히 SNS 기반의 마이크로 콘텐츠, 포트폴리오용 비주얼 제작에 적합하다.
5) 그림은 약하지만 스토리에는 자신 있는 작가
비전공자나 스토리 작가라면 NovelAI나 플랫폼의 자체 툴을 활용한 협업 구조가 효과적이다.
AI를 ‘콘셉트 스케치’ 수준으로 활용하고, 이후 채색가나 작화가와 협업해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그림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기획력과 서사로 보완할 수 있다.
5. AI 채색툴 Q&A와 활용 팁 – 실전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들
Q1. Midjourney는 컷 연속성이 부족한데,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Midjourney는 한 장면의 완성도는 뛰어나지만, 여러 컷을 이어 그릴 때 캐릭터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동일한 프롬프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ControlNet이나 이미지 참고자료를 활용해 인물의 외형과 스타일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얼굴이나 복장, 헤어스타일을 프롬프트에 명확하게 반복 입력하면 일관성이 높아진다.
Q2. NovelAI에서 배경이 단조롭게 나올 때 해결 방법이 있을까?
NovelAI는 캐릭터 표현에는 강점이 있지만, 배경 표현이 약할 수 있다. 이럴 땐 배경 이미지를 Midjourney에서 생성해 합성하거나, NovelAI 프롬프트에 배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키워드(예: 도서관, 밤하늘, 빗속 거리 등)를 반드시 추가하는 것이 좋다. 또는 배경만 따로 AI로 그려 합치는 방법도 활용된다.
Q3. 플랫폼 자체 AI툴은 얼마나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을까?
카카오, LINE 등 플랫폼 자체 AI툴은 실무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프롬프트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자유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한번 정한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적용할 때는 효율이 높다.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반복 작업에는 적합하다.
Q4. 툴을 여러 개 병행해서 써도 저작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상업적 이용이 허용된 툴(유료 라이선스 포함)을 쓴다면 병행 사용에 문제가 없다. 다만, 각 툴의 이용약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일부 무료 AI툴은 생성 이미지의 상업적 활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유료 버전으로 전환하면 상업적 권리를 명확히 확보할 수 있다.
Q5. AI 채색 결과물이 항상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어떻게 수정하면 좋을까?
AI 채색툴은 초안 작업에 최적화된 도구다. 완성도를 높이려면 결과물을 포토샵이나 클립스튜디오 등으로 불러와서 레이어별로 직접 수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표정, 손가락, 눈빛 등 미세한 디테일은 사람이 손으로 보정해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AI 채색툴 실전 활용 팁
- 프롬프트에는 색감, 조명, 분위기, 감정까지 구체적으로 함께 입력하면 결과물이 개선된다.
- 배경과 캐릭터를 따로 생성해서 합성하는 방법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 웹툰 해상도(가로 1080px 이상)로 이미지를 뽑으면 리사이즈할 때 품질이 덜 떨어진다.
- AI툴과 수작업 보정(포토샵, 클립스튜디오 등)을 병행하면 전문 작가 못지않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6. 결론: 툴은 전략이다 – 작가 유형별 추천 가이드
AI 채색툴은 이제 누구나 쓸 수 있는 도구가 되었지만, 모두에게 동일한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니다.
작업 방식에 맞춘 도구 선택은, 결과물의 완성도뿐 아니라 창작 지속력까지 좌우한다. 작가의 유형과 작업 목적에 따라 다음과 같이 툴을 추천할 수 있다.
감성적인 분위기의 단편 일러스트 웹툰을 제작하는 경우
Midjourney를 추천한다. 감정 표현이 담긴 일러스트 컷이나 몽환적인 배경 연출에 유리하다. 컷 간 연결성은 약하지만, 한 장면의 미학을 강조할 수 있다.
캐릭터 중심 장르물(연애, 학원물 등)을 꾸준히 연재하는 경우
NovelAI가 적합하다. 캐릭터 비주얼의 일관성이 높고, 대중적인 애니메이션풍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
플랫폼 전용 웹툰을 주간 단위로 연재하는 실무 작가
카카오나 라인의 자체 시스템을 활용하면 좋다. 컷 구성, 채색, 배경 자동화 기능이 강점이며, 업로드 포맷에도 잘 맞춰져 있어 실무 효율이 높다.
콘셉트 기획이 능숙하고 프롬프트 설계에 자신 있는 창작자
Midjourney와 ControlNet 조합을 추천한다. 자유도 높은 장면 실험이 가능하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유리하다.
그림보다 기획과 서사에 집중하고 싶은 스토리 작가
NovelAI 또는 플랫폼의 자체 툴을 통해 협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스토리 기획에 집중하면서도 시각적 결과물은 AI 툴이 보완해 주는 방식이다.
기술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감각은 작가만이 지닌다. 어떤 도구를 선택하느냐는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 전략의 핵심이 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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