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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AI 웹툰 시대의 개막: 인간 작가는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by sunrise-hoho 2025. 4. 21.

서론: AI 웹툰 시대의 개막, 창작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웹툰은 한때 '만화'의 디지털화된 버전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독립된 콘텐츠 산업이자 글로벌 문화 현상이 되었다. 특히 1인 창작자 중심의 창작 생태계는 많은 이들에게 진입 장벽이 낮은 콘텐츠 영역으로 각광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웹툰 제작의 방식이 조용히, 그러나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AI 웹툰’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미 웹툰 작가들의 어시스턴트처럼 그림 보정, 배경 채색, 대사 추천 등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스토리 구성부터 콘티 설계, 캐릭터 이미지 생성까지 AI가 직접 주도하는 실험들이 늘어나고 있다. 즉, 보조의 역할을 넘어 작가와 창작을 분담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AI는 이제 예술이라는 감정의 영역까지 성큼 다가섰다. 이 새로운 창작 주체와 우리는 어떤 원칙 위에서 함께 걸어가야 할까?

 

1. AI 웹툰이란 무엇인가: 그림만 그리는 도구를 넘어선다

AI 웹툰은 'AI가 웹툰을 만드는 것'이라는 단순한 정의를 넘어, 웹툰 제작의 각 단계에서 알고리즘이 적극 개입하는 창작 방식이다. 전통적인 웹툰 제작 과정은 아이디어 발상, 시놉시스 작성, 콘티 구성, 작화 및 채색, 편집 및 업로드로 나뉘는데, 이 각각의 단계에 AI가 사용되고 있다.

주요 기술적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다:

  • 자연어 처리 기반 시나리오 생성: GPT 모델을 활용한 줄거리 자동 생성. 등장인물, 배경, 갈등 요소 등을 입력하면 이야기 구조를 자동으로 완성한다.
  • AI 이미지 생성 툴: Midjourney, DALL·E, Leonardo AI, ControlNet 기반의 Stable Diffusion 등은 키워드만으로도 장면을 구현한다.
  • 자동 콘티 생성기: 장면별 카메라 앵글, 캐릭터 배치 등을 스토리 흐름에 맞게 배치해 주는 기능.
  • AI 채색 및 스타일 전환: 기존 흑백 드로잉을 자동 컬러화 하거나, 작가의 그림체를 학습해 일관된 스타일 유지가 가능하다.

AI는 반복 작업의 부담을 덜어주며, 혼자서 모든 공정을 처리하던 작가에게 실질적인 작업 파트너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편의성은 새로운 고민도 동반한다. 작가의 정체성, 창작의 윤리, 그리고 예술의 정의에 대한 질문이 따라붙는 것이다.

AI 웹툰 시대의 개막: 인간 작가는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웹툰과 작가

2. 실제 사례: AI가 만든 웹툰이 독자 앞에 서다

(1)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AI 콘티 실험
카카오엔터는 2023년부터 자체 개발한 AI '콘티 자동 생성 도구'를 일부 작가들에게 시범 제공했다. 기존에는 작가가 대사를 설정하고 컷 구성을 일일이 그려야 했지만, AI는 대사를 입력받아 컷 수, 화면 비율, 인물 배치 등을 자동 추천해 준다. 이로 인해 하루 이상 걸리던 작업이 몇 분 만에 완성되며, 일부 작가는 이를 통해 콘티 작업 시간을 70% 이상 줄였다고 밝혔다.

(2) Midjourney 기반의 AI 웹툰 ‘볼드 프롬프트(Bold Prompt)’
한 국내 독립 작가는 AI 이미지 생성기 Midjourney와 GPT 기반 스토리 생성기를 결합해 단편 웹툰 <볼드 프롬프트>를 공개했다. AI의 창작 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 구조 안에서 직접 제기하며, 독자들 사이에서 활발한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작가는 “AI는 창작의 파트너이지 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해당 작품은 SNS 상에서 약 10만 회 이상의 공유가 이뤄졌다.

(3) LINE Digital Frontier의 ‘AI 어시스트 툴’
웹툰 플랫폼 LINE Manga의 모회사인 LINE Digital Frontier는 자체적으로 ‘AI 작화 보정 툴’을 개발해 실무 작가들에게 테스트 중이다. 이 기술은 작가가 대충 그린 스케치를 스타일화해주는 자동 작화 보정 기능을 포함하며, 선화의 정돈 및 채색 일관성 유지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 AI 웹툰의 장점과 한계: 창작자와의 협업인가, 대체인가

 

장점

  • 생산성 향상: 콘티, 채색, 편집 등 반복 작업을 AI가 맡아줌으로써 작가의 시간 부담이 줄어든다.
  • 비전공자 진입장벽 완화: 그림을 못 그리는 창작자도 스토리만으로 웹툰 제작 가능.
  • 실험적 창작 가능성: 작가가 상상한 설정을 AI가 시각화해 빠르게 프로토타입 제작 가능.

한계

  • 창작물의 정체성 불분명: AI가 만든 그림의 경우 저작권 귀속이 불명확하고, 작가의 개성이 희석될 수 있다.
  • 서사적 깊이 부족: 대화와 서사가 AI에 의해 자동 생성될 경우, 감정선이 얕거나 비슷한 흐름의 이야기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
  • 윤리적 딜레마: AI가 기존 작품을 학습하면서 무단 도용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학습된 데이터의 출처가 모호할 경우 문제가 된다.

 

4. 작가의 역할은 사라지는가?

AI 기술이 웹툰 제작 과정에 깊이 관여하게 되면서, 작가의 역할 역시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과거에는 작가가 스토리부터 작화, 채색, 편집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스스로 수행해야 했다면, 이제는 AI 툴을 활용해 전체 과정을 조율하고 통제하는 ‘창작 디렉터’로서의 역량이 요구된다.

 

(1) 작가의 기술 활용 능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
AI 웹툰 도구들이 보편화되면서, 작가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고 이야기를 잘 만드는 것 이상의 능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어떤 AI 도구를 어떤 단계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 결과물을 어떻게 감정적으로 풍부한 작품으로 조율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즉, 이제 작가에게 요구되는 것은 기술을 능동적으로 ‘편집’하고 ‘해석’하는 창의적 통제력이다.

(2) 작가의 창작 철학이 콘텐츠 품질을 결정한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나 대사는 기본적으로 평균값을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특이점이 적고, 안정적인 대신 참신함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작가가 ‘자기 세계관’과 ‘철학’을 어떻게 콘텐츠에 녹여내는지는 작품의 완성도와 차별성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 진짜 예술성은 도구가 아닌 시선에서 비롯된다. 작품의 색깔은 결국 작가의 세계관이 결정짓는다.

(3) 새로운 직업군의 등장: AI 아트 디렉터, 프롬프트 작가
AI와의 협업은 새로운 형태의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키워드 기반으로 AI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프롬프트 작가’, 여러 AI 툴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작품의 품질을 조율하는 ‘AI 아트 디렉터’가 대표적이다. 웹툰 분야에서도 이러한 하이브리드 창작자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웹툰 제작에 인공지능이 깊숙이 관여하면서, 단순한 도구를 넘어 콘텐츠 생태계의 구조 자체가 다시 짜이고 있다.

이제 하나의 장면, 하나의 대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인간 작가의 감성뿐 아니라, 알고리즘과 프롬프트, 데이터셋이라는 또 다른 창작 주체가 얽힌다.

여기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이 웹툰은 누가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이 웹툰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AI가 스케치하고, 사람이 교정하고, 플랫폼이 배포하는 구조 속에서
작가의 창작권은 어디까지 보장받고 있는가?
AI가 대체한 건 정말 ‘노동’만일까, 아니면 ‘표현의 권리’까지 일까?

AI 웹툰은 지금, 콘텐츠 산업의 체계를 다시 묻고 있다.
웹툰 창작에서 핵심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기준과 원칙이다. 무엇을 허용하고, 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지는 우리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