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보험 알고리즘,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보험에 가입할 때, 예전엔 설계사와 상담하고 여러 서류를 검토받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모바일 앱에서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바로 ‘맞춤형 보험료’가 나온다. 그 과정에 인공지능(AI)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보험업계는 이미 AI 기반의 분석 시스템을 광범위하게 도입했다. 나이, 성별은 기본이고, 운전 습관, 걸음 수, 병원 방문 기록 같은 정밀한 생활 패턴까지 분석해 ‘개인화된 보험료’를 책정한다.
‘공정하다’는 말이 처음엔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꽤 복잡한 문제들이 숨어 있다.
건강 데이터가 보험료를 결정한다? – 알고리즘 보험의 원리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보험사 서버로 실시간 전송된다고 상상해 보자. 실제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하루만 보 이상을 꾸준히 걷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저렴한 건강보험료를 제안받는 사례가 있다.
이런 시스템은 ‘좋은 습관을 장려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육체노동으로 인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사람, 혹은 만성 질환으로 활동량이 적은 사람은, 같은 보험 상품에서 ‘건강 리스크’가 높은 고객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얼핏 보면 같은 조건인데,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AI는 수치를 기반으로 판단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정은 읽지 못한다.
데이터의 편향은 어떻게 보험료를 왜곡하는가?
AI가 판단을 내리는 기준은 ‘데이터’다.
그런데 그 데이터가 이미 편향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면, AI의 판단은 과연 공정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특정 직업군이 과거 통계상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AI는 그 직업군 전체에 높은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위험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도 존재한다.
AI는 이걸 구분하지 못한다. ‘개인’이 아니라 ‘통계’로만 사람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통계에서 소외되거나 평균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은 불리한 조건을 안고 시작하게 된다.
차별은 ‘의도하지 않게’ 만들어진다 – 알고리즘 편향의 문제
AI는 사람처럼 감정을 갖고 차별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답은 간단하다. AI는 사람이 만든 데이터로 학습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보험사 사례에서는, 특정 지역 거주자에게 평균보다 높은 자동차 보험료를 적용했다. AI는 해당 지역에서 사고율이 높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했지만, 문제는 그 지역이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었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사고 데이터가 아닌, 사회 구조적 배경까지 AI가 흡수하면서 비의도적인 차별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러한 편향된 알고리즘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같은 결정을 반복하게 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저 “왜 내 보험료가 더 비싸지?”라는 궁금증만 남는다.
보험 알고리즘이 만든 ‘보이지 않는 차별’
보험료는 결국 숫자다. 그런데 그 숫자 뒤에 숨겨진 ‘차별’은 꽤 교묘하다. 직접적으로 “이 사람은 위험하니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라고 말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AI는 삶의 특정 양식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리스크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한부모 가정, 저소득층, 장애인처럼 다양한 사회적 요인을 가진 사람들은 정상적인 패턴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외 케이스’로 분류되며, 때로는 가입 자체가 거절되기도 한다. 그 판단은 정확한 정보가 아닌, 예측 기반의 ‘확률적 추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AI는 개인의 삶을 더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더 적게 알고도 더 빨리 판단하려는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보험은 데이터가 아닌 ‘사람’을 봐야 한다
보험은 본래 위험을 나누고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정량화된 AI 시스템은 때로는 ‘사람’을 지우고 데이터 그 자체로만 판단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나는 지병이 있는 가족을 돌보느라 병원 출입이 잦은 편이다. 어느 날 자동차 보험 갱신 과정에서 “병원 방문 기록이 많다”는 이유로 보험료가 상승한 걸 경험한 적이 있다.
그 데이터를 본 AI는 내가 운전 중 집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건 누가 봐도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기계적인 오판이었다.
사람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다. 같은 병원 방문이라도, 누군가는 아픈 가족을 위한 발걸음일 수 있다.
우리는 왜 ‘효율성’ 앞에서 ‘사람’을 놓치고 있을까?
AI를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빠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설계사가 직접 인터뷰하고 일일이 분석하는 것보다, 알고리즘이 수천 명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 그런데 그 효율성은 때로 ‘사람’을 지워버리기도 한다. 한 사람이 왜 병원을 자주 갔는지, 그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왜 직업을 자주 바꿨는지에 대한 사정은 고려되지 않는다. 그냥 "이 사람은 리스크가 높다"라고 판단되고, ‘보험료 인상’이라는 결과만 남는다. 이런 과정을 겪은 사람들은 자신이 ‘통계적으로 불리한 존재’라는 낙인을 찍힌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계산은 인공지능이 하지만, 그 영향은 결국 사람이 감당해야 한다.
AI 보험 시스템, 어떻게 하면 더 공정해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AI 보험 시스템은 무조건 문제일까?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
첫째, AI가 의사결정을 할 때 사람의 해석이 개입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야 한다.
둘째, 데이터는 끊임없이 감시되어야 한다. 성별, 지역, 직업군 등 민감한 요소가 부당한 기준이 되지 않도록 정기적인 알고리즘 점검이 필요하다.
셋째, 보험사는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분석되고 활용되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투명성을 제공해야 한다.
기술은 공정한 세상을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또 다른 벽을 만들 수도 있다. 결국 방향을 결정하는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걸 설계하고 감시하는 사람의 책임이다.
정리하며 – 차별 없는 보험은 기술보다 질문에서 시작된다
‘정교한 계산’이 꼭 ‘공정한 결과’를 의미하진 않는다. AI가 아무리 정확하게 리스크를 분석해도, 그 분석이 누군가를 소외시킨다면 그건 기술의 실패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더 정직해야 한다.
"이 알고리즘은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배제하는가?"
이 질문 없이 완벽한 AI 보험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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